가기전에 쓰는 시 글들/ 허수경
귤 한 알, 창틀 위에 놓아두고
병원엘 갔지.
지난 가을에는 암 종양이 가득 찬
위를 절개했다.
그리고 겨울, 나는 귤 한 알이
먹고 싶었나 보다.
귤 한 알
인공적으로 연명하는 나에게
귤은 먹을 수 없는 것이지만
나는 그 작은 귤의 껍질을 갔다.
코로 가져갔다.
사계절이, 콧가를 스치며 지나갔다.
향기만이.
향기만이.
그게 삶이라는 듯.
- 가기전에 쓰는 시 글들 2019.10. 난다
* * *
위암 수술을 하고... 얼마나 먹어 보고 싶었을까
눈 앞에 떠 올리기만 해도,' 귤'이라고 발음만 해 봐도
새콤달콤 신맛이 입안에 고일
사람은 가고 없는데, 그 생각들은 남아
시가 될지 글이 될지...위 글은 시 아닌 글이라는 얘기겠다
결국 ' 향기만 남을 삶'
이 글을 읽고 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귤을 사와서 왕창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
마지막 순간, 후회가 없을 수 없겠지만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 여기( now, here')에 더 충실해야 함을
또 한번 다짐하게 한다.
허수경 , 박서영 시인의 정서
자신의 시를 낳게한 근원적인 정서가 참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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