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돌이라는 곳, 정끝별

생게사부르 2019. 10. 10. 14:04


 

 

천돌이라는 곳/ 정끝별



목 울대 밑 우묵한 곳에 손을 대면
그곳이 천돌

쇄골과 쇄골사이 뼈의 지적도에도
없이

물집에 싸인 심장이 벌떡대는 곳

묶였던 목줄이 기억하는 고백의
낭떠러지


와요, 와서 긴 손가락으로 읽어주세요

아무나가 누구인지 무엇이 모든
것인지

묻어둔 술통이 따뜻해질 즈음이면

잉크빛 목소리들이 저녁 안개처럼
스며들고

혼잣말을 하며 헤매는 발자국이
하나둘 늘어나요

어떤 이름은 파고 또 파고 어떤
이름은 묻고 또 묻고 애초에 없었던
어떤 이름은 바람에 밟히기도 해요

심었다 쓰러지는 함몰된 희망에 호미
자루가 먼저 달아나기도 하는데요
그럴때면

눈물의 밀사가 관장하는 물시계
홈통에 물 듣는 소리가 들려요


와요, 어서 와서 중지의 지문을
대주세요

지도에도 없는 천개의 돌을
열어주세요


발소리를 도 없이 들었다 잠시의 별을
피워냈던 서리 입김

유리컵처럼 내 던져진 너라는
텍스트의 파편과

인도 코끼리만큼이나 무거운 오해의
구름들,

그리고 지리멸렬한에 두 발이 묶인
지지리한 기다림이

기억의 물통에 채워질 때마다 망각의
타종소리가 맥박처럼 요동치는 곳

뜻밖의 지금을 살게 한 천돌이라는
그곳
어떤 이름을 부르려 달싹이는
입술처럼

천 개의 숨이 가쁜 내 고통의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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