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쿠카라차/ 김 안
당신은 실패한 혁명의 이름을 몇개나
알고 있나요?
혁명이 진압될 동안
멕시코에 눈이 내리고,
여행자의 마리화나는 떨어지고,
신문은 두꺼워지죠.
당신께 말은 안했지만, 실은
그날 밤 애인의 표정이 벌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손가락 데일 정도로 신문 속에서는
불길 들끓고 있는데,
그 벌레들은 어느 불구덩이 속에서
타죽었을까요.
이제 그만 신문을 접으세요.
사람들이 사람들을 피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밤의 이마에 캄플주사를 놓는 것이
어떤가요?
하루사이 방바닥을 굴러 다니는
애인의 머리칼을
하얗게 변색시키는 시간의 연은술(鍊
銀術)처럼
우리는 조금 더 난폭해지고 조금 더
정교해졌어야 했죠.
이달고델파랄에서 프란시스코
비야갸 죽었을 때
멕시코에 눈이 내렸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요?
보세요.
그 사람들의 수만큼 두꺼워진
신문들이 사방을 날고 있습니다.
누런 신문지에서 활자들이 날아올라
밤보다 짙은 밤이 되어 내 눈을
덮습니다.
오늘의 1면 기사는 뭔가요?
해가 뜨면 왜 나만 다른 표정인거죠?
맞아요, 실패한 혁명은 반란일
뿐이니까요.
* * *
김 안 시인의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선행지식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멕시코 민요였는데요. 미국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 프랑스 티노 로시, 이탈리아 밀바가 부른 것을 비롯
세계 각국에서 생활노래나 동요로 불리고 있지요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리듬이 입에 착착 달라 붙어 널리 애창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부터 ' 동요, 자장가, 힐링 태교음악' 으로 불렸네요.
경쾌한 민요였다고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고...
' 이제 더 이상 살 수가 없네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미소짓게 하네
그는 바로 셔츠를 벗은 판초 비아
이미 까란사 군대는 도망을 가 버렸네
판초 비야의 군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1910-1920년 ' 토지를 농민에게' 슬로건을 내걸었던 멕시코 혁명 당시
혁명군들이 불렀던 노래입니다
군가나 행진곡이 힘차야 한 건 맞지만
가난하고 처절했던 농민들이 죽음을 마다 않고 혁명에 참여하면서도 이렇게 경쾌한 노래를 부르다니
멕시코인들의 긍정적이고 밝은 열정이 들어가 그런 것일지
인생을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네요
마음에 드는 한 부분만 리메이커 해서 그렇게 즐기면 될 것 같긴한데
' 라 쿠카라차' 라는 원 뜻이 ' 바퀴벌레' 라는 점을 생각하면
' 아름답다 그 얼굴, 그립다 그 얼굴' 은 좀 아닌 듯
물론 그 뜻이 사용되는 맥락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역시 좀 아닌 듯
1. 농민군
멕시코 혁명 당시 민중가요, 혁명군가로 애창
멕시코 농민들의 비참한 처지를 스스로 ' 바퀴벌레' 에 비유했다는 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농민혁명군
판초 솜브레로 차림의 농민군 모습이 긴 날개, 구부러진 더듬이 닮아 그렇게 불렸다는 설
2. 판초비야와 자동차
암살로 생을 마감한 멕시코혁명전쟁의 영웅이자 의적 판초비야가 끈질긴 집념의 사나이라는 영웅적 민담
판초비야가 타고 다니는 검은색 닷지 승용차가 더운 기후에서 고장이 잦아 달리다 서고 달리다 서고 했다는데서 붙여짐
1950년대 메르세데스 벤츠가 쿠카라차로 불리기도 함
3. 여성
근대 이전 멕시코 베라클루즈 항구등에 배가 도착하면 우르르 몰려가 선원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 지칭
멕시코 독립 전쟁시 여인들이 전쟁에서 적에게 던질 돌을 줄지어 서서 옮기는 모습이
바퀴벌레가 줄지어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어느나라나 그런 역사를 가지지만
판초비야는 우리나라 녹두장군 전봉준을 , 라 쿠카라차는 ' 새야 새야 파랑새야' 를 연상하게 합니다
권율의 행주대첩, 행주치마 유래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고요
라쿠카라차는 우리나라 ' 아리랑' 처럼 지역이나 시간에 따라 여러 버전의 곡들이 불려
가사는 다양하기 이를데 없네요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더 이상 걸을 수가 없구나
이젠 없으니까, 다 덜어졌으니까
피울 마리화나가이젠 바퀴벌레가 죽었네
땅에 묻히러 간다네
대머리 독수리 넷과
교회지기 쥐 하나 가운데
카란 시스타 놈들은
전면 퇴각 중이고
우에르타의 자칼들은
꼬리가 밟혔구나
이 소절을 즐겨 봐
잘 들어 보라고
이제 가난한 바퀴벌레
동전 한푼 없다고
모든건 전부 다 비싸
이 혁명 동안엔
우유는 온스로 팔리고
석탄은 그램으로 팔리지
지키고 보존하는 자
그가 한말하길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것은
죽은 마데로의 복수라고
다들 자리를 위해 싸우지
돈 꽤나 주기 때문이지
복족엔 비야가 살고
남쪽엔 사파타가 산다네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농민군이
비누스티아노 카란사나 빅토리아노 우에르타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내용들인데
남의 나라 지난 역사 얘기할 필요없이 우리도...이즈음의 싸움은 옛날과 외양이 다르지만
위 처럼 나누어 보면 ' 조국' ' 장제원' 을 상징으로 비교해 봐도 될 듯합니다.
조국이 완벽하다는 것도 아니고 아직 여러 의혹 속에 있으며 그간 노출된 여러 사실들이 이짝이나 저짝이나
기득권과 그 자녀들은 우리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들로 허탈하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싸움이 아니었기에 이쯤되면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입장...
임명이 될지, 예상대로 검찰을 개혁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지만
사상초유 유례가 없던 기준으로 도덕성, 인성 검증하면 자한당 정치인, 국회의원, 언론, 검찰 얼마나 살아 남으려는지
기득권들이 캥기는 것 많아 명목 챙기고 체면치레 할 때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실속을 챙기며 밀어붙여야 하는데
글쎄요? 그 저항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하고 혹여 근시안적인 정권 재창출에만 머무른다면 그 또한 안될 일이고
상식이 통하는 , 정직하게 신뢰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가 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국가제도 시스템을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텐데요
눈과 귀가 송신스러운 시절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보지 않지만
'사회적 박탈감'으로 포장된 권력 카르텔의 '반격'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 입력 2019.09.07. 22:38...
읽을만 했습니다. 핵심을 잘 짚어서요.
윤석열 검찰총장... 우리나라 같은 제왕적 권력구조에서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
참 인상적이었는데...몸 담고 있는 조직에는? 어떨지 두고본다는...제가 두고봐야 별 볼일 없겠지만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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