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실명 최문자

생게사부르 2019. 8. 30. 17:45

 

실명/ 최문자


 

흠집이 많은 과일이 좋았다
열망할적마다 찌부러진 그 자리가
흉할수록 좋았다
한사코, 불구의 반점으로 남고 싶은
위험한 사상은
가을을 기다려 오히려 흉터가 되었다
흠집이 많은 과일일 수록 좋았다
용서할 수 없어 한없이 헛구역질 하던
그 자리가 좋았다
아플 것 다 아파 본 것들
실상은 운이었다
밖으로 흉하게 자란 눈이었다
꿈꾸고 있다가 실명된 눈이었다
감긴 눈이 많은 과일이
나는 좋았다
꼭 감고 흘린
그 어두운 눈물자국이
더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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