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권
곰보네 대장간 맨드라미 빛깔
- 못골 13
곰보네 대장간엘 가면
곰보는 불을 괄게 피우고 풀무질을 하다
불 속에서 시우쇠 하나 꺼내서
칭칭 챙챙 불덩이을 두들겼는데요
치익치익 담금질을 하고
손에 타악 침 뱉어가며 모루에 쇠를 올려 놓고
불덩이를 두들기는데
그때 그 얼굴 빛이 그럴 수 없이 그윽하고 깊은 것이어서
고철더미 한쪽에 버글버글 피어 오른
맨드라미 한 무더기를 퍼다 부은 것 같았는데요
불 곁에서 커서 그런가
말수 적은 곰보 화를 먹고 커서 그런가
맨드라미는 불 타듯 이글이글 피었는데요
여자가 야반도주하고
반 미치광이가 되어 헤매다 돌아 온 뒤
곰보가 만들어 내 놓은 식칼은
어찌나 여물고 날이 선득한지
가심까지 다 베이겠다고 했는데요
곰보가 그 지경이 되어 문은 닫았어도
해마다 맨드라미는 씨를 받아
성마르게 피고지고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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