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길상호 눈치

생게사부르 2019. 7. 28. 17:44

 

 

눈치 / 길상호


 

눈치는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물고기
나는 배꼽이고 항문이고 눈에 띄지 않는 곳마다
눈치를 풀어 키웠다
물고기는 배고픈 내게 밥을 물어다 주었고
때로 깜쪽같이 숨는 법도 알려 주었다
눈치 때문에 가까스로 불행을 벗어나는 일이 많았다
눈치를 보며 눈치를 따라가는 일이 익숙해질 무렵
나는 서서히 살이 올랐다
그러면서 몸 속의 작은 물고기는 한 마리씩 죽어 나갔다
하나같이 배가 홀쭉하게 들어가 있었다
눈치에겐 불안이 유일한 먹이였던 것.
나에게서 풍기기 시작한 비린내를 눈치채고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