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철/ 박준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 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 *
동백이 나오는 것 보니 봄인 것 같은데
어느 도시(공간)을 찾게 되는 것
여러 계기가 있을 텐데...
시인들은 시의 소재로 접했을 때, 그 시의 분위기를 더 잘 알기 위해
그 곳에 가서 그 시인의 심정을 거의 비슷하게 느껴 보고 싶은 생각에서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백석 시인
그 추운지방에 살던 사람이 남쪽 바닷가 다도해를 찾게되는 배경은
통영 아가씨 '란' 과의 인연이었다
창원을 지나고, 통영을 찾은 얘기가 몇 편의 시로 남아 있으니...서정시를 쓰는 사람
백석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통영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준 시인의 시에도 통영이 간혹 등장한다
'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
우리에게도 있었다
가족이든 이성이든 사랑을 해 본 사람
그 누구에게든
사진: 통영 연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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