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의 기록

순국선열의 날

생게사부르 2015. 11. 17. 16:30

오늘은 순국선열의 날...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조성녀 독립운동가) 여사가 옥중의 안의사에게 썼던 편지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입니다. 

 

 '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옷을 입고 가거라....

 

  우리의 근·현대사가 파행과 왜곡으로 점철되어 왔다지만 해방된지 70년에 이르도록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뿌리는

깊기만 합니다.

 

봉건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일제 식민시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조국과 민족의 앞날을 먼저 생각 했던

사람들은 의병운동에 나섰고, 또 항일 투쟁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죽고, 또 죽었지요.

시절이 암울 할지라도 국가와 민족을 외면하고 일제 편에 섰던 사람은 살아남았고 이름을 드날리기도 했습니다.

민족의 양심을 배반하고 민중의 고통을 외면 한 댓가로 그들은 영예를 누렸고 호의호식 했으며,

그 자녀들은 일본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시켜 해방된 조국에서 정치가, 사업가, 대학 총장 등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권력과 부와 명예를 세습 해 내려갔습니다.

 

또 해방공간과 6.25를 거치는 과정에서 좌우익의 대립으로 또 싸우고 죽고, 죽였습니다.

이후에도 월북한 사람 빼고, 월남한 사람 빼고 그러다 보니 알짜는 다 빠져 버렸는지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기념관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자라나는 아이들이 본 받으라고 실어 놓은 교과서의 인물들조차 일제의 식민통치에

앞장 서 협력 동조하거나, 이승만, 박정희 시절 독재 권력에 부역한 사람들 일색이었습니다.

 

이 광수, 최 남선, 서 정주, 홍 난파, 현 제명, 이 은호, 김 기창, 모 윤숙, 노 천명, 김 활란....등등

신 동엽 시인이' 쭉정이는 다 가라'고 그렇게 외쳤건만 최근까지 우리들은 그 쭉정이들에 둘려 싸여 있었던 셈이지요

그런 부분을 바로 잡았던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국정화 해야 한다네요.

 

우리는 도덕적, 인격적으로 존경 할 만한 인물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불의에 굴하지 않았던 정의로운 사람보다는

그저 유명한 사람, 출세한 사람을 당연히 존경해야 하는 인물로 잘못 알아 오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지방의 입장에서는 중앙에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면 곧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를 주저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권 들어서 부쩍 " 박정희, 육영수 " 기념행사가 지자체 축제 구석구석에 배여 나오더군요.

반면 안중근 의사는 아직까지 그 시신을 찾지도 못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던 단재 신 채호 선생님의 말씀이 뼈아픈 요즘입니다.

 

권력이 바뀔 때 마다 힘 있는 사람 편에서 말을 바꾸고, 얼굴을 바꾸며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념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사회 풍토는 잘못 된 사회입니다. 그들은 비난 받아야지요.

 

암울 했던 시절 자식과 가족의 안위를 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일생을 바친 인물들을 존경해야 하는 것이지요.

유명인이나 출세 한사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과오없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찾아 우리의 자녀들이

본 받도록 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 질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헬 조선'이니 하며 자조적인 이유는 기회주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요구하는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국가에 대한 회의 아닐런지요.

 

늘 정의롭지 못하게 흘러 왔던 것 같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성인인 나도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제대로 된 국민의 한사람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자라나는 학생들과 자녀들에게 당당하고 떳떳했던 인물들을 본보기로 삼아 바람직한 인물로 성장하도록

북돋우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해 주어야 할 정부가 저자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은 채 밀실에서 여론을 조작해 가며

단시간에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하는 한,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이란 우리의 긍지와 자부심은 유예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해방공간이나 한국전쟁시기의 민간인 학살 문제도 진실을 규명하고 있는 마당에 제발 그 이전 단계인

친일은 마무리를 짓고 앞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 불행한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의 부모님들께서 늘 우리에게 했던 말들이 있습니다.

 "너무 앞서지 말고 나서지 마라, 그저 알아도 모른 채 중간만 따라가면 된다."

식민지 현실에서 또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그저 비겁하고, 비굴해도 목숨만 부지하라고 가르쳤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계셨지만 이젠 좀 달라 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제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3포니 7포세대니 하는 어렵고 힘든 현실이더라도

하루하루를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라고요. 자신의 인간적인 권리를 찾기위해서는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롭게 살라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 의지로 선택하되, 자신의 선택에 제대로 책임 질 줄 알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되

도덕적으로 양심적으로 살라고.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눈치보고 혹은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따라가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물쩍 넘기면서

죄과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요.

정치가, 언론인은 물론 문화예술인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시인은 시로써만, 음악가는 음악으로써만 평가하고

그의 삶과는 분리시켜서 생각해야 한다는 따위 엉터리 같은 말에도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지요.

 

인간의 몸에 육체와 정신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듯이, 한 사람의 진실한 삶의 체험이 글이나 선율을 통해

고도의 정신적 승화를 거쳐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자아내는 것을 그 기능으로 하는 것이 문화예술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 정신과 삶의 궤적을 분리하라니...

 

그 정신은 썩어 문드러진 채 , 한갓 손끝에서 기교를 부려대는 시인이나 음악가를 진정으로 존경 할 수 없지요

일상생활 속에서 남을 속이고 사기를 치는 파렴치한 행위보다  학자, 종교인 문화 예술인들이 

정신을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가 훨씬 더 위험하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정신영역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권력이나 재력 앞에서 유혹을 느끼고 양심을 속이면 사회는 부패합니다.

오히려 비판을 통해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설 수 있도록 깨인 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의 방향이 달라 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P.S : 역사교육 2004. 봄. 64호에 '제대로 된 기념관 건립' 이란 주제로 실었던 글을 다듬었습니다.

 10년도 전에 쓴 글인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이러고 있네요.

 

너무 원칙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갖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맞는 얘깁니다. 

원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니 예외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해서

유연하게 생각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만 ...다수가 합의하는 예외 말고 최소한 70-80% 는 원칙이 지켜져서

인간의 의지로 행해진 일들은 예측 할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도 이전에는 이상적이라고 여겼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개인의 성장을 넘어서 역사의 발전이 아닐지...

한명의 만 걸음보다 만명의 한 걸음 당당히 나아갈 때인 것 같습니다.

 

 

 

 


      사진: 대련 여순 감옥 안내 표지, 당시 안 의사를 재판 했던 관동지방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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