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례/ 장석남
조팝꽃이 피면 기침이 오지
오래된 내 몸뚱이의 관습
그맘때 한 이별이 있었지
허리를 쥐며느리처럼이나 굽히고
쇤 기침을 쏟고 나면 이른 노을이 잔칫집 같았지
조팝꽃이 지나가면 모란이 오지
자줏빛 옛이야기 같은 모란이 오지
아마 뜨거운 이 있을 거야
혼이라도 가슴 싸늘한 이 있을 거야
모란을 보면서 미워한 이가 있었거든
허나 모란은 일찍 지는 꽃
어느 아침 나는 서운히 서서
모란이 있던 허공 언저리를 더듬어 보지
젊잖은 호수와도 같이
후회는 맑고
꽃이 피고지는 사이
모든 후회는 맑아
다시 한 차례 살아오르는
꽃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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