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포커치는 개들/ 김상미

생게사부르 2019. 6. 1. 10:18

포커치는 개들/김상미



   남자다운 척, 남자다운 척, 남자다운 척 있는대로 폼 잡다 어른이 된 남자와 여자다운 척, 여자다운 척, 여자다운 척
있는대로 내숭떨다 어른이 된 여자가, 결혼한 지 15년만에 큰 집을 장만했다며 우리를 초대했다. 근사한 정원인 척 하
는 잔디밭과 몇 그루 꽃나무를 지나 실내로 들어서니, 우아하고 세련된 척하는 가구들과 전문가 뺨치는 오디오 시설에
영상기기들까지 척,척, 척 설치해 놓고, 자랑스레 우리를 반기며 아주 행복한 척, 아주 에로틱한 척 은밀한 침실까지 슬쩍
보여주었다. 우리는 부러운 척, 탐나는 척 어머, 어머 감탄사를 남발하며 아주 모던하고 담백한 척 건강미를 뽐내는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척, 즐거운 척, 황송한 척 밥과 차를 마시고, 제각기 준비 해 간 선물보따리를 풀며 마치 그들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인 척 환하게 웃다가, 거실 한가운데 턱하니 걸려 있는 C.M 쿨리지의 그림 「포커 치는 개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어머머, 저 개들 좀 봐 개들인 주제에 인간인 척 열심히 포커게임 중이네. 기분 묘하게도 우리처럼

딱 일곱마리네. 하기는 요즘에는 인간이나 개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세상이니까 개가 인간인 척 한다고 놀랄일도 아니지

우리도 저들처럼 신나게 포커나 한 판 칠까? 그러고선 쪼르르 카드를 가지러 가는 부부. 하긴 오늘 우리가 척, 척, 척하며

그들에게 흔들어댄 꼬리만 해도 얼마냐 졸지에 인간 아닌 척 신나게 포커치는 개가 된다 한들....


<시현실> 2019. 봄

 

 

 

*      *       * 

 

     남자다운 척, 여자다운 척하며 자란 사람들이

     근사한 집과 정원에 우아하고 세련된 가구를 들여 놓고 지인들을 초대한다

     자랑스레 반기며 행복한 척 에로틱한 척 침실까지

     초대받은 이들은 부러운 척, 탐나는 척, 어머,어머를 남발하며...

     그들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이라는 듯...개가 인간 인 척, 인간이 개인 척...

 

     배꼽을 잡고 한바탕 웃으면 통쾌해 진다. 웃음은 만병통치라지 않은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인간을 조롱하는게 불쾌하고 노엽다면?

 

혹시 자신이 조롱받은 듯 여겨진다면 자신 속 어떤 마음이 그런 불쾌감을

유발하는지 분석해 보면  재미 있겠다.

 

시는, 예술은 ' 재미'를 주는 것 또한 본연의 역할이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는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여 ' 통달하는 도인' 에 한발짝 더 다가 설수

있지 않을지

 

' 웃자고 한 유머를 죽자고 뎀비며 싸우는 격이 되지않도록 한 발 건너 여유롭게 둬 버리든

일도 도를 깨칠 한 방법인데

 

지난 날 나는  ' 웃자고 한 유머에 죽자고 달라 든 일이' 자주 있었다.

정도 이상으로 진지하고 고지식해서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혹은 그 상황에 함께 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당황했을지....

 

이후 까칠한 상황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 본인 스스로 재미 없고 무미건조한 

생활에 자신을 던져 넣는 일

 

성격 좋고 인간관계 잘하는 한 분이 한 얘기도 별로 위로가 되지 못했다.

샘이 ' 너무 순수해서 ' 그렇다고 했는데...순수한게 맹꽁이 같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짜안하거나 울먹하거나 아련한 맘을 불러 일으키는 게 시라는 고정관념을 갖기도 하는데

자연과 동떨어진 도회적인 생활에서는 '서정'을 만날 기회도 흔치 않다.

 

그럼에도 시가 가지 못 할 곳은 없다

세상은 온갖 재미있는 일이 다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 촌철살인' 격의 재치나 비판은 멋진 유머다.

풍자나 패러디로 곧잘 확산되는데 그 위력이 대단하다.

다만 세상에 말이 너무 많다보니... 한 편의 그림, 한 바닥안에 환히 눈에 들어오는 웹툰이 인기가

많아지지 않았을까?

 

다만 언론이 억지로 감성을 짜 내다 보면 정도가 지나쳐 ' 사기'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 내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모호해 져서 신파가 된다.

공허한 유머는 제대로 된 통쾌함이나 후련한 마음을 불러 오기가 어렵다.

 

 척, 척, 척하지 않는 건 뭐가 있지?

 

자신의 인생, 특히 성공적으로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더더욱 자랑하는 일은 예사고

또 부러워 하거나 거기서 더 나아가서 시샘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척' 하지 않는 알멩이는 어디 있느냐는 거

 

' 가짜' 에 휘둘리는 세상은 ' 진심' 이나 ' 진정성' 을 볼 눈이 없어지고 그런걸 찾을 필요도 없고보면

인간으로서의 수치심, 양심, 도덕심 같은 게 사라져 동물에 다름아니게 됩니다.

 

퇴화하고 없는 꼬리로 개 보다 더 꼬리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지 동물들을 욕할

자격이 없지요. 동물보다 못한 사람이 많아져서는 ...

 

어떻든 재미있는 시입니다. 재미 있다 하고 끝나서만은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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