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유계영
불행을 느낄 때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탓하기
다지증의 발가락처럼 달랑거리는
다섯 아닌 여섯, 외롭지 않게
모르는 사람의 기념 사진에 찍힌
나를 발견하듯이
오늘 날의 태양은 상상의 동물이 되었다
아름다운건 왜 죄다 남의 살이고 피일까
강물에 돌을 던지고 물의 표정을 살핀다
내가 던진 돌을 잊어버린다
컵안을 응시하면서 컵에 담긴 것을 마시기
너 밖에 없어 같은 말을 믿는 짝눈이 되기
안색이 왜 그 모양이냐
바깥에서 형형색색이 묻는다
잠든 사람의 감긴 눈꺼풀 속에서
눈동자가 바라보는 곳에서
내가 거의 완성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요
꼭 길이 아닌 곳으로만 가려는 개와 어린이가
수풀 속으로 뛰어든다
검정색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사라지면서 휘날리면서
나의 내부에서 더 깊고 긴 팔이 나를 끌어 안고
바닥을 향해 가라 앉는 돌
여섯 아닌 일곱, 외롭지 않게
* * *
경험에서 뭔가를 배우는게 사람이라고
죽을 때까지 성장하려는 의지를 갖는게 사람이라고
돌림노래는 어디서 끝나야 하는지 모르는데
아름다운건 죄다 남의 살이고 피지
기대를 접고
체념은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데
남 탓을 하면 마음이 가볍게 가지
쉽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으니까
내 탓이 아니야
네 탓이야
세상 탓이야
발전이 없고
진전이 없으니 그러지 마라
다그치던 젊음은 흘러가고
내 탓만 하다가
눈동자를 함께 가져갈 수 없을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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