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소유 골목을 사랑하는 방식

생게사부르 2019. 5. 10. 05:53

골목을 사랑하는 방식/ 박소유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있지
자기만 들어가면 벌써 어두워지는 저쪽

한번도 뱉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저쪽 사람들은
죽은 자들처럼 감정이 없어야 하지

뒷골목을 앞으로 낸다고
햇빛 쏟아지는 들판이 될 순 없겠지만
조그만 기척에도
가슴 뜨거워질 때가 있지

금방 죽을 꽃을 왜 사다 꽃는지
꼬마선인장은 벌써 말라비틀어졌고
피 묻은 날계란처럼 짜장을 뒤집어쓰고 있는
중국집 그릇은 좀 씻어서 내놓으면 안 되나

더 이상은 잔소리다
산자들의 감정에는 구석이 있어서
자꾸 모퉁이가 생긴다

오지 않은 앞날이나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뒷골목에도 나름 지켜야 할 게 있다고
(이건 정의가 아니고 예의다)
어둠을 건너뛰는 고양이 발끝이 조심스럽다

 

 

 

 

 

 

*      *       *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있다

자기만 들어가면 어두워지는 저쪽

 

죽은 자들처럼 감정이 없어야 한다지만

그래도 어두웠던 과거를 거리낌없이 내 뱉을수 있다는 것은

어두움에서 어느정도 벗어 났다는 거

 

죽은자들처럼 감정이 없기도 하다가 

 

살아 있어서

감정의 구석이 생기고

자꾸만 모퉁이가 생기고

 

그래서 금방 죽을 꽃도 한번씩 사다 꽂

살아 있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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