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승희 객석에 앉은 여자, 김정란 내가 기르는 슬픔 한마리

생게사부르 2016. 2. 13. 01:10

김승희

 

객석에 앉은 여자

 

그녀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네
이런데가 저런데가
늘 어느곳인가가

아프기 때문에
삶을 열렬히 살수가 없노라고
그녀는 늘상 자신에게 중얼거리고 있지

지연된 꿈 , 지연된 사랑
유보된 인생
이 모든 것이 아프다는 이름으로 용서되고
그녀는 아픔의 최면술을
항상 자기 곁에 걸고 있네

난 아파
난 아프기 때문에
난 너무나 아파서

그러나 그녀는 아마도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
삶을 피하기 위해서
삶을 피하는 자신을 용서 해 주기 위해서
살지 못했던 삶에 대한 하나의 변명을
마련하기 위해서
꿈의 상실에 대한 알리바이를 주장하기 위해서

그녀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네
이런데가 저런데가
늘 그저그런 어떤 곳이

 

 

      *     *     *

    

    

영화를 보거나

     소설이나 시에 몰입하여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자신이 주인공이거나 조연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시를 읽다가 ' 이거 내 얘기잖아 !!! '

     하고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지금은 건강을 챙기려고 신경 쓰지만

     원래 책상 물림인지라 약골에 '운동부족'

    

     이런저런 잔병치레를 하다보면

     자신의 생활반경에 미리 한계를 지우는

     잘못을 범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가장 먼여행'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슴에서 발까지' 여행이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입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을 지니기가

     여전히 어렵고

     '현장이며 숲인 발, 실천을 위한 여행'도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안도현 시인의 ' 타고 난 연탄재'

      같은 역할이나마 하고 있는 건지...

      앞으로 남은 일생의 과제일 것입니다.

     

      차라리 김정란 시인의 다음 시처럼

      '슬픔'과 직면해서

      적극 동거 해 버리면?

       이 시대의 슬픔과 아픔이 좀 희석될런지요

       

 

김정란

 

동구 밖- 내가 기르는 슬픔 한마리


슬픔 한마리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그럴 권리가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이

나에겐 물어보지도 않고
덜컥 거기 내 왼쪽 가슴 아래에
어느날부터 척하니 들어와 살고 있지

너 뭐야? 내가 신경질 부리면

그놈 빤히 나를 바라보며
말하지

누이야, 같이살자

그리고 실실 혹인지 종양인지
굳은살인지
그렇게 내 삶에 상감된 채 

쉬지도 않고 물어대는 거야

어디까지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