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릴케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는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는
봄을 너에게 보이리라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는다
쌀쌀한 도시에서
손을 잡고서
나란히 둘이 걷는 사람들만이
언젠가 봄을 볼수 있게 되리라
나의 생활은
나의 생활은, 아주 바쁘게 보이는
그런 빠듯한 시간이 아니다.
나는 배경 앞에선 한그루 나무
나는 나의 여러 입 가운데 하나일 뿐,
그것도 가장 먼저 다무는 입이다.
나는, 죽음쪽의 음이 높아져서
서로 잘 어우러지지 않는
두음 사이의 쉼표다.
그러나 이 어둑한 인터벌에서
두 음이 떨면서 화해한다.
그리하여 노래는 여전히 아름답다.
은빛으로 밝은
은빛으로 밝은, 눈이 쌓인밤의 품에 널찍이 누워
모든 것은 졸고 있다.
걷잡을수 없는 슬픔만이
누군가의 영혼의 고독속에 잠 깨어 있을 뿐.
너는 묻는다, 영혼은 왜 말이 없느냐고
왜 밤의 품속으로 슬픔을 부어 넣지 않느냐고-
그러나 영혼은 알고 있다, 슬픔이 그에게서 사라지면
별들이 모두 빛을 잃고 마는 것을.
릴케시집(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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