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고려의 새
마침내 소리하여 울음을 다
쏟고
죽을 줄 아는
새는 얼마나 아름다우랴
신문의 행간 좁은 여울로
오늘도 내 마음은 산산히
흐른다
찢긴 돛폭을 사나운 바람에
내어 맡기고
실은 별것도 아닌 밥을 먹기
위해
한 밤에도 스무번씩 높은 물살에
뒤채는
악몽의 벼랑을 지나
우리가 언제
훨훨 새가 되어 날으랴
봄회상
찻물을 끓이며 생각느니
그리움도 한 스무해쯤
까맣게 접었다가 다시 꺼내보면
향 맑은 솔잎으로 내 안에서 우러날꺼나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보기엔
천지에 봄빛이 너무 부신 날
이마에 손 가리갤 얹고
속 마음으로만 가늠했거니
보이는 듯 마는 듯
묏등을 넘어 푸르릉 푸르릉
금실을 풀며 꾀꼬리가 날아 간 하늘
누님의 과수원에
능금꽃 피던 날이었을꺼나
능금꽃 지던 날이었을꺼나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승희 객석에 앉은 여자, 김정란 내가 기르는 슬픔 한마리 (0) | 2016.02.13 |
---|---|
여자-송수권 (0) | 2016.02.12 |
아주 작고 하찮은 , 버클리풍 사랑노래 (0) | 2016.02.10 |
조행자-아침식사, 밥, 말들 (0) | 2016.02.05 |
김수영 눈,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0) | 201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