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2019. 신춘 동아, 경상일보 수상 시

생게사부르 2019. 1. 4. 09:45

2019. 동아, 경상 일보 신춘문예 수상 시

 

캉캉/ 최인호


발목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불란서 댄서들은 하이힐에 올라야
비로소 태어나지
발끝을 모으지
분란은 구두 속에도 있고
탁아소에도 있고 어쩌면
내리는 눈의 결정속에서도 자라고

오후 세시에는 캉캉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려면 쓸데없는 말들이 필요해요
식탁 아래서 발을 흔들고 유쾌해졌지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몰래 휘파람을 부는 것 같아서

뉴스를 튼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가십을 만들죠
상반신만 보이는 아나운서의 팔을 믿으며
캉캉은 감춰지는 중
양말 속에 주머니 속에

불란서 댄서들의 스포티한
팬티속에
빨간 주름치마가 되어
덤블링이 되어

지구가 돌아간다

구세군 냄비에 눈이 쌓이고 내년에는
내년의 근심이 기다리겠지 고향이 어디입니까 묻는다면

제왕절개 했습니다 답하겠지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은 캉캉,
발끝을 들어올릴 때마다
불거지는 중

 

 

경상일보

 

 

광고廣告/ 김길전

 

 

파라킨사스 너는 뼛속까지 시린밤에도 쇄골을 드러낸 가난한 여인의 입술에 걸린 광고

가진 것이 그저 빨강밖에 없네요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 뿐이에요

 

낡은 예식장이 생각과 모자를 바꿔 장례식장이 되자 눈이 많이 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간밤

그 신장개업의 담벼락에 어지럽게 나 붙은 광고

생고무 신발 재고 정리 새 신발 신고 가세요

 

추운 것들은 늘 발이 젖어 있어요

 

몸 전체로 광고인 갈치는

나무상자 위에 값이 치워진 나부처럼 누웠어요

그 은빛 몸을 쓸어 간을 보는 시선에도 동그랗게 뜬 눈

 

추운 것들은 늘 눈이 커져요

 

광고는 붉은 과장

광고는 춥고 따스함의 의도적 대비

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

 

추운 것들은 언제나 끝에 있어요

 

오늘 파라킨사스는 눈 속에서도 드러낸 가슴이 너무 붉고

몇 낱알 쌀을 물고 누운 자는 신발이 없어요

 

단지 겨울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모두 돌아섰네요

 

타인의 추위를 수긍하지 않는 이들의 등뒤로

드러냄이 참 스산한데요



 

*  남천 열매와 피라킨사스 참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열매 사진이 많이 있었고, 하얀 눈 속에 붉게 자신을 '광고' 하던 사진이 분명 있었는데

찾으니 안 보이네요.

 

 

나혜석 작  '깡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