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발광고지(發狂高地) 서윤후

생게사부르 2018. 11. 15. 22:58

발광고지(發狂高地)


                               서윤후


버려진 산소 호흡기를 핥다가
어린 고양이 입김 서리는 것을 본다

무언가 닦아내면 어떤 것이 사라질 것만 같다
이를 모든 것이라고 부르는 아른거림만이
유일한 궁금증

또,또 지리멸렬한 날씨

무너진 성곽이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잘 닦아 놓은 미래가 있었다
모두가 돌아오게 되는 반환점으로

숨 쉬는 것을 가여워하게 되는 전개를 펼치고
그 사이사이의 안개

오리무중의 발진이다

창광하는 밤 벌레들처럼 거리로 나온
아침 인간의 얼굴을 구경한다
전망할 수 없는 표정들에 휩싸여 있으면
어린 고양이의 숨 같은 건 별로 중요해지지 않는다

또, 또 어두워지려는 심장

들리지 않는 것을 어둡게 하면
꿈 밖으로 나와 소리치는 빛
환호는 환희의 별미라도 되는 듯이
인간을 재주넘는(영혼, 마음 다음에 생각 나는것)의 취미활동

무덤가의 구구절절한 침묵을 듣는다
이곳 사랑은 절판된 기억으로 세워져 있다
그들은 모두 옛사람 같다
세련된 스카프를 해도, 영어로 된 개 이름을 불러도

죽음이 신간처럼 여전히 새롭다는 사실은
새로울 게 없다
푯말의 역사를 읽는다든지
소문이 눈 앞 미래로 유인한다든지 하는

장례식장에 막 납품된 수육의 뜨거운 김
아무도 배고프지 않은 곳에서
해치워나가게 되는

무엇이 신비로운 감옥을 짓는가
그 안에서 알고 싶어 하게 된 것은 무엇인가

또, 또 아름답기 위해 사라지는 것들

어제 입었던 옷을 입는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늘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
몇 개의 부음을 화면에서 쓸어 넘긴다

열 몇개 와이파이 중에

비밀번호 들어 맞는게 없다
매일 두절되어도 끝나지 않는 것이 있어

가장 어두운 중에 가장 어둡지 않은
그런 머리색을 가진 학생이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전 속력으로 달려 나간다

 

*       *       *

 

 

제 19회 박인환 문학생 수상작입니다

20대 후반 젊은 시인이고요.

 

이외 작품도 제목부터 ' 의문과 실토' ' 신비와 무질서'

 

산문화 하는 시의 경향이랄까

시와 산문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음악처럼 음률이 한 특징이기도 한 시가 외형적이기 보다

내재적인 음률을 지니게 되는 쪽으로 변하네요.

 

작년 신춘문예 중에 광주일보 당선작이라고 생각되는

' 물의 악공'을 봤을 때의 느낌

' 시가 수필만이 아니라 소설화하네 ' 였습니다만...

 

지식정보가 많은 전문화된 사회에 개성이나 자유로움이 확산되고 있고

번역기술이나 해외 유학 여행등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 서적을 접 할 수 있고 세계화된 사회니

정서나 묘사 서술도 전문적이거 글로벌화 하기도 하고 또 그 중에서 지역적인 특수성이 발견되기도 하니

주제 소재, 표현이 다양하고 개성이 강한 작품들이 나타날 수 밖에요.

 

물론 선천적으로 시인인 사람이 있고, 시를 잘 조직하는 사람도 있고...

타고나지 않았으면 노력의 결과라 봐야겠지요. 

 

까짓 거 누가봐도 좋은 시를 잘 쓰면야 선천이든 후천이든 뭔 필요가 있을라구요.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앞으로 어떤 시가 더 나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