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운진 슬픈환생

생게사부르 2018. 11. 1. 07:56

슬픈환생

                                               이운진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        *        *

 

 

내 꼬리를 자른 주인 역시 어떤 기도와 함께 묻었을

내가 전생에 개였다면 정말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었을

사람 말고 새나 나비나 그런 것으로 태어나고 싶었을

식물이나 나무도 좋긴 하지만 한 곳에 붙박혀 있기보다 떠돌아 다니고 싶어 했을 거 같다

 

중남미에서는 가는 곳 마다 개 팔자가 정말 상팔자던데

마추픽츄로 가기 위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마을은 물론이고 멕시코 떼오띠우깐 피라미드 위에까지

진을 치고 있던데, 그 곳 개들은 굳이 사람이 되고 싶어할 것 같지 않다

 

 

 

 

 

이 개가 있는 곳이 멕시코의 태양의 피라밋 정상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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