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
빈집을 지키는 홍시
바람도 문고리 흔들다 돌아간
빈집엔 하늘만 파랗게 내려와 출렁이고
한 뼘도 안 되는 햇살에 보리 싹 월동준비 하는데
퇴직한 잎들 정년에 취해 흩어지네.
긴 막대기로 머리 얻어맞고 굴러 떨어지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는 하려나
뜨끈한 가마솥에 구수한 보리쌀 눌어붙으면
등겨 풀어 두어 마리 워리 밥 훌쩍이던 그 시절 그리워
올해도 푸르고 떫은 여름 서리에 녹여
높은 가지에 걸어 놓고 기다린다네.
그리울수록 영글게 달아오르는 속내
어인일인지 뛰쳐 내려
붉게 타는 속 펼쳐보이리.
- 너른고을문학 21집(한국작가회의경기광주지부, 2016)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운진 슬픈환생 (0) | 2018.11.01 |
---|---|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0) | 2018.10.31 |
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 (0) | 2018.10.29 |
임승유 너무나 가까이 너무나 오래 (0) | 2018.10.26 |
이윤학 이미지 (0) | 2018.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