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생게사부르 2018. 10. 31. 12:52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그게 전부다
그게 바로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견뎌 내려면,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에 취하려는가?
포도주든, 시든, 덕이든,
그 무엇이든 당신 마음대로
그러나, 어쨌든 취하라

때로는 궁궐의 계단에서,
도랑가의 푸른 풀밭 위에서,
혹은 당신 방구석의 음울한 고독
한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가시거나, 사라져버리려거든
물어 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어떤 시간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라고

시간에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쉬지 말고 취하라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무엇이든
당신 마음 내키는대로

 

 

 

*      *       *

 

 

누구나 한번 태어나고 한번 죽는다

누구나 빈 손으로 태어나서 빈 몸으로 죽는다

누구나 24시간을 하루로 삼아 밤낮을 맞는다

물론 그 밤낮의 총량, 누리게 되는 수명은 각자 다르다

태어난 순서는 있어도 죽는 순서는 없기 때문이다

.

.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만이 정답인 것인가?

 

자신이 옳다고 선택한 것을 취해...어깨를 내리누르는 가증스런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살고 있을 뿐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정치에, 사업에, 사회적 명예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서 영혼의 순수함을 애초에 잃어버린 사람들 얘기가 자주 기사화된다

직접 내 일 아니어도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에서 그런 걸 접하게 된다는 현실만으로도 안타깝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악마와 거래하는 얘기

이미 숱한 문학작품에서 나왔던 얘기들인데 그건 문학작품의 주인공 얘기고

실제 내 얘기가 아니라고 여긴다는 차이 정도가 있을 뿐

 

 

오늘 뉴스를 예로 들면

 

 

31일 CBS노컷뉴스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법무부 인권국의 주무과장인 A인권정책과장은 최근 주말에 세미나를

가자고 부하 직원들에게 제안했지만, 반응이 시큰둥하자

 "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 너희는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 가방끈도 짧은 것들이 공부 좀 해라"고 말했다.

 

인권 전문가로 꼽히며 국내외 인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주무부서장이라고 보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 A 과장이라는 사람

주말에 개인생활 희생하고 세미나를 가서 얼마나 가방끈을 길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고

실제 ' 인권 전문'업무에 큰 보탬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또 그 자신 그냥 행정고시 봐서 그 업무를 맡게 된

' 법무부 공무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 서당개 삼년풍월 '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업무를 맡았으면 좀 노력이라도 했어야지.

요즘 직장이나 직책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맨날 밥 먹고 하는 일이 그와 관련한 서류, 용어를 접할 테고 사실은 머리 싸매고 효율적인 정책을 구상하기에

여념이 없어야 한다는 건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고 바람이겠지만

타고난 품성이나 기본 인성을 못 갖춘 한 개인이 먹고사는 방편으로 관행적으로 형식적으로 직업생활을

해 왔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다.

 

' 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징계 받았던 나모 교육부 차관도 생각난다. 파면을 받았다가 징계취소 소청에서

처벌 수위가 강등으로 낮아 진 것으로 아는데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그 사람은 ' 교육부' 소속 이었다

 

우리사회 도처에 이런 모순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부동산에 대한 불로소득으로 누리는 혜택이 근로소득으로 누리는 혜택에 비해 도가 넘어 '망국병'이라고 입에 거품을

무는 기사 옆에 평당 얼마( 비상식적인 가격) 하는 아파트 광고 배너가 버젓이 배열되어 있는 걸 많이 봤다

 

아이들 교육을 망쳐서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아이들을 사교육 학원으로 내모는 정보나 자료,

공교육 불안감을 조성하는 자료, 수십억 연봉의 스타강사를 홍보하는 코너, 게임산업을 홍보하는 배너가

거의 동시에 제공되는( 언론은 잘못 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그 바람잡이의 중심에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니, 보고 독자가 알아서 선택하라는 의미인지 

' 망국병'이든 뭐든 내 알바 아니고 기회를 틈타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버는 이익을 취하면 된다는 것인지

 

아무리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지만 그래도 70% 정도는 공공선, 합의된 사회적 이익이

지켜지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선량한 사람들이 살기에 어려움이 없는데

거꾸로 과반 이상이 기회를 틈타고 합법을 가장한 편법이 횡횡하고 남을 속이고,

심지어 자기자신도 속이면서 살아가면서 자기기만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사회구성원이

많다면 참 답이 없다는 생각

 

사람이 수치심을 안다는 건 양심이 작동한다는 얘기인데 이미 자기 자신을 속이는지 어떤지 분간도 못 할 정도의

성인이면 양심 같은 게 살아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지...

 

' 자기 자신을 알라!' 는 시대를 거슬러 진리에 가깝다

 

어디에 취하든 자신을 통찰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사회속에서 지속적으로 자기 성장을 모색하되

자기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은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 자기' 는 어디 갔는지 없고 세상에 휘둘리면서 사는 사람

자기 앞에 주어진 현실에 급급해 자기 자신이 누군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에 취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

그저 세상이 이게 좋은 거다 이게 잘사는 거다 하면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새삼

놀랄 때가 많다.

 

그럼에도 정답없는 인생... 취하라 어디에든

가을에는 단풍에 취하고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왕기 아늑  (0) 2018.11.02
이운진 슬픈환생  (0) 2018.11.01
박경자 빈집을 지키는 홍시  (0) 2018.10.30
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  (0) 2018.10.29
임승유 너무나 가까이 너무나 오래  (0) 2018.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