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수익 열애

생게사부르 2018. 10. 23. 23:41

이수익

 

 

 열애 


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外道)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 시작,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