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임승유 너무나 가까이 너무나 오래

생게사부르 2018. 10. 26. 16:07

임승유


너무나 가까이 너무나 오래



안 가보면
뭐가 있는지 몰라서 아직 남은 게 있다 그동안 뭘 했는지 다 설명하고
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가다가 말았다 종점은 한번 가 봤던 것으로 남았다
남아서, 이제 어떻
게 하지? 중얼거리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버스를 갈아 타고 돌아
오면서

너도 그럴까봐 아무데도 안 쳐다봤다
아직 남은 게 있었다


                                - 계간 ' 발견' 2018. 여름

 

 

*     *     *

 

 

젊은 시절엔 뭔가 선명하고 명쾌해야 했지요.

보는 거, 듣는 거

혹시 놓친 건 없는지

오독 한 건 아닌지

 

안경의 힘을 빌린지는 오래됐지요.

근시 안경을 쓰다가, 망막에 맺히는 상이 교차 될 즈음

쉽게 얘기하면 노안이 올 즈음이지요.

굳이 다초점 안경까지는 쓰지 않아도 된다고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보이는 영역만 줄어든다고

그래도 이중초점 안경은 사용해야 했어요.

 

이를 테면 출석부 볼 때, 조금 떨어진 거리의 컴퓨터 사용 할 때,

교실 전체 공간을 둘러보는, 좀 멀리 떨어진 곳도 봐야 해서요

운전 할 때는 근시안경, 선글라스도 필요해서

안경을 서너개 지참 해야했지요

간혹 안경을 이마 위로 올리고 맨 눈으로 보기도 해야 했고요.

 

나이 들어 보지 않은 초딩 학생이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고 해서

씁쓸하게 웃은 적이 있어요.

 

' 우리 선생님은 안경을 눈에 썼다 머리에 썼다 쌩 동갑(?)을 부린다'고요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서 대충봐요

귀도 약간 먹먹할 때가 있지만 대충 넘어가요.  

한번 씩 깜빡 잊는 건 그려르니 하고요

 

뭔가 여지를 남겨 놓는 다는 거

괜찮은 일인 거 같아요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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