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시간 / 조민
잠이들면
한 뼘씩 길어지는 발이 있다
발톱의 흰 반달이 자라서 보름달이 되는 발이 있다
발꿈치가 자꾸만 껌처럼 달라붙는 발이 있다
노란 복숭아 닮은 발이 있다
길어지고 또 길어져서
흰 거품을 문 해안선이 되고
파도가 되고
계단이 되어
누군가의 등짝을 밟고 점점 둥글어지는 무덤
꿈 속에서만 걷는 발이 있다
자라지 않는 아이의 눈 속에서 신발이 되고
의자가 되고 유리컵이 되고
담배 연기가 되는
발이 있다
잠이들면
두뼘 세뼘 길어지는 발이 있다
* * *
주변에서 가장 만나기 쉬운 동물, 개와 고양이입니다.
여성 화가들이 쉽게 그리는 대상이 꽃, 과일 같은 정물이듯이
여성 시인들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시를 많이 써요.
황인숙 시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시의 대상으로 삼을 뿐 아니라 실제로 고양이 밥 주러 다니는 일이 주요한 일과인 모양입니다.
지난번 ' 형평 문학상 시상식' 참석여부가 고양이 밥줄 사람을 구하는 일이 관건일 정도였어요.
본인이 받아야 하는 수상식이었는데 말이죠
詩作을 진주로 다니다 보니 진주를 중심으로 서부경남지역(산청, 하동) 시인들을 자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 여성 시인들은 ' 김언희' ' 조민' '문저온'' 김지율' 시인, 누군지 몰랐지만 식사자리서 함께 눈 인사
나누고 한 사람이 ' 석민재' 시인이었던 거 같네요
'손영희', '윤덕점' 시와 시조를 포함한 ' 화요 문학회' 분들
위 시는 그렇지 않지만 조민 시인의 시는 대상 상관물에서 좀 많이 건너 뛰는 편이고
'김이듬' 시인은 내가 진주 다니기 전 시집을 사서 읽었는데 근거지를 수도권으로 옮겨버려서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일화들을 한 번씩 들은 정도...
여기 발 들인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시로만 읽다가 그 시인을 직접 보게 되면 어떤 설렘이 있는데
정선희 샘이 ' 6개월'은 길지도 짧지도 않지만 많은 일이 생길 수 있다더니
'박서영'시인, '황현산' 샘은 이미 고인이 되셨어요.
일회적인 삶에서 시를 선택한 사람들, 더 넓게는 문학을 선택한 사람들
1, 2 군이든 3, 4군이든 현실적인 지명도와 상관 없이 어느정도 숙명 같기도 합니다.
단지 시가 좋아서 읽다가, 간혹 끄적거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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