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우대식 시詩

생게사부르 2018. 10. 21. 01:01

우대식


시詩


음악 아닌 것으로 음악하기
나인 것을 나 아닌 척하기
가을날 듣는 만가輓歌
가을날 곁불을 옆에 두고
옹송거리며 마시는 낮술
사람은 거리를 두고 그림자 사랑하기
집 떠난 모든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기
그리워 하다가 다시는 생각하지 않기
집 떠난 모든 이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기
악다구니로 떼쓰며 울다가 아무 보는 이 없을 때는
슬그머니 일어나 옷 털기
꾀죄죄한 민낮으로 설산雪山에 대적하기
눈이 먼 멀어도 먼 것을 모르기
형형색색 달콤하게 이야기 하기
신을 실컷 조롱하다가 그 발아래 한없이 통곡하기
영원한 것이 있나요
이런 물음으로 모든 것을 탕진한 나그네처럼
우물가에 오래 앉아 있기
아주 오래도록 허공을 응시하다가
저 푸른 한 점으로 쑥 들어가기


                                     - ' 시와 시학' 2018.봄호 -


1965. 강원도 원주
1999.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 단검' ' 설산국경'
산문집: ' 죽은 시인들의 사회' ' 시에 죽고, 시에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