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송국용 우슬牛膝

생게사부르 2018. 10. 12. 00:00

송국용


우슬牛膝


소 무릎 닮고 싶어
소처럼 단단한 무릎으로 일하고 싶어
생전에 할머니가 늦가을이면
들에서 캐오던 우슬
우물가에 닳고 닳은 무릎 접어
튼튼한 소 무릎을 씻는다
찬 물에 씻겨지는 게
당신 무릎이라도 되는 듯
시린 무릎 끙끙거린다
솥에서 사골처럼 푹 우러난 우슬
당신의 일생 같은 쓴 맛
소처럼 한 양푼 들이킨다
시골길 느릿느릿 걷다 본 우슬 무더기
꺾인 무릎에 찬바람 들었다며 할머니가
야윈 다리 한 낮 볕에 데우고 있다
여전히 땅을 경작 중인지
발목은 죄다 흙에 박은 채


* 우슬: 줄기의 마디가 소의 무릎을 닮은 약초


*        *       *

 

 

우슬, 슬하, 다슬기... 글짜 ' 슬' 이 사용되는 단어가 많지 않은데

' 우슬, 소 무르팍' 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어감이좋았

효능이나 기능은 더 좋아서 연골시술을 한 아들과 함께 약으로 먹어 봤고

식물을 잘 아는 지인이 불갑사 꽃 무릇 보고 내려오다가 도로변 옆에 있는 우슬을 가르쳐 줘서

보기도 했다.

혼자 찾아보라면 알아 볼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눈망울 꿈뻑꿈뻑하는 소와 어머니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단어이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영광 문병, 쉼,  (0) 2018.10.14
강다인 능소화  (0) 2018.10.13
석민재 나의 식빵  (0) 2018.10.10
박세랑 뾰족한 지붕들이 눈을 찌르고 귀마개를  (0) 2018.10.09
임승유 윤달  (0) 201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