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강미정 등 뒤에서

생게사부르 2018. 9. 2. 15:03

등 뒤에서


강미정



허공에 꽃잎 무늬 씻은 듯 사라진
빗물 잡힌 땅을 비켜서 갔다
밤비는 불빛이 있는 곳에서만 내렸다
겹겹 쌓인 꽃잎처럼 비는 내렸다
불빛 펄럭이던 도시가 하나씩 지워졌다
쓱, 지워 내지 못한 허기와 눈물을
좁은 화단 구석에 게워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갸날픈 꽃잎이 몇 개
보이다가 보이지 않다가 했다
꽃잎 무늬를 두 개나 갖고 있던
그녀의 영정은 활짝 웃고 있었다
겹겹 쌓인 빗물처럼 달고 서늘했다
서둘러 나오는 등 뒤에서
그녀는 자꾸 웃었다
붉은 꽃이 피었던 거기,
겹겹의 빗금이 꽃을 지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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