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수호 빨간 잠

생게사부르 2018. 8. 7. 15:57

 

 

 

 

 

 

빨간 잠/천수호


그녀의 아름다움은 졸음에 있다
빳빳 헛헛한 날개로 허공을 가린 저 졸음은
겹눈으로 보는 시각의 오랜 습관이다
‘아름답다’라는 말의 벼랑 위
붉은 가시 끝이 제 핏줄과 닮아서
잠자리는 잠자코 수혈 받고 있다
링거 바늘에 고정된
저 고요한 날개
잠자리의 불편한 잠은
하마, 꺾이기 쉬운 목을 가졌다
아름다움은 저렇게
알면서도 위태롭게 졸고 싶은 것
등이 붉은, 아주 붉은 현기증이다
오래 흔들린 가지 끝
저기 저 꿈속인양 졸고 있는
등이 붉은 그녀
그녀의 아름다움은 위태로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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