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신용 환상통

생게사부르 2018. 8. 6. 13:26

환상통(幻想痛)/김신용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
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베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
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本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
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

는 것은?

 

허리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 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 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

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 나

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      *      *

 

 

시가 고통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 자체가 통증인 줄도 모르고

통증이었던 ...

김신용 시인과 최승자 시인 같은 경우 ... 시는 그냥 시일 뿐이고...

그랬기에 시는 위로와 치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넘어 결과적으로 시는 구원이었을까?

詩가 神 이상이었겠다고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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