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명사(鳴沙) 김신용

생게사부르 2018. 8. 5. 12:09

명사(鳴沙)


김신용



우는 모래,

鳴沙를 걷는다

신기루도 없는 가시투성이의 선인장 한 그루 없는

불모의 사막을 걷는

벌거벗은 몸이 감옥인 사람들

그 벌거 벗은 몸 속에 갇힌 죄수인 사람들

몸 속에 가득 모래를 출렁이며, 핏줄 속으로 불어가

모래바람을 견디며

는 모래 ,

鳴沙의 모래바다를 흘러간다

별자리 하나 없는,

어디로 걷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발자국들

혹도 없는 낙타처럼 물끄러미 굽어보며

혹도 없는 낙타가 되어, 몸 속으로 菌絲처럼 뻗어 가는

그 발자국의 우주율을 따라

없는 길,

모래 폭풍 속의 길을 꾸벅꾸벅 걸어간다

몸이

우주인 사람들,

벌거벗은 몸이

존재의 집인 죄수들,

끊임없이 결핍으로 가는, 그들만의 실크로드를 걸어간

신기루마저 지워진, 온 몸 가시 돋은 선인장 한 그루 없

는 새벽

저 지하도, 인력시장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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