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鳴沙)
김신용
우는 모래,
鳴沙를 걷는다
신기루도 없는 가시투성이의 선인장 한 그루 없는
불모의 사막을 걷는다
벌거벗은 몸이 감옥인 사람들
그 벌거 벗은 몸 속에 갇힌 죄수인 사람들
몸 속에 가득 모래를 출렁이며, 핏줄 속으로 불어가는
모래바람을 견디며
우는 모래 ,
鳴沙의 모래바다를 흘러간다
별자리 하나 없는,
어디로 걷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발자국들
혹도 없는 낙타처럼 물끄러미 굽어보며
혹도 없는 낙타가 되어, 몸 속으로 菌絲처럼 뻗어 가는
그 발자국의 우주율을 따라
없는 길,
모래 폭풍 속의 길을 꾸벅꾸벅 걸어간다
몸이
우주인 사람들,
벌거벗은 몸이
존재의 집인 죄수들,
끊임없이 결핍으로 가는, 그들만의 실크로드를 걸어간
다
신기루마저 지워진, 온 몸 가시 돋은 선인장 한 그루 없
는 새벽
저 지하도, 인력시장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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