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영광 오래된 그늘

생게사부르 2018. 7. 25. 08:05

이영광


오래된 그늘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서 나고
검은 가지는 검은 잎을 뱉어낸다

바람이 산천을 넘어 동구로 불어올 때
늙은 느티의 산 가지는 뜨거운 손 내밀고
죽은 가지, 죽은 줄 까맣게 잊은
식은 손을 흔든다

한 사나이는 오래된 그늘에 끌려 들어가
꼼짝도 않고
부서질 듯 생각노니,
나에게로 와서 죽은 그대들
죽어서도 떠나지 않는 그대들

바람神이 산천을 넘어 옛 동구에 불어와
느티의 百年 몸속에서 윙윙 울 때

 

 

 

*       *       * 

 

선생님의 삶이 참으로 '단정'했다는 생각

문학인으로 한 인간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최인훈 작가 1936년 4월 13일 ~ 2018년 7월 23일 (향년 82세)
작품 : ' 광장' ' 구운몽'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대학시절, 이웃한 대학의 독후감 공모전이 있었는데 해마다 김춘수 시인이 추천했던 책이

최인훈 작가의 ' 광장' 이었습니다.

이왕 책 읽는거 어떤 계기를 만들어 제대로 읽어 보자 해서 참여를 했지요.

6. 25 전쟁 이후 휴전이 되자 주인공은 남도 북도 아닌 제 3국으로 배를 타고 떠나는 결말...

 

그 이후 10년쯤 지나 근무하던 도시 서점에서 독후감 공모전 할 때

다시 한번 꺼집어 내어 10년의 정신적 성숙을 반영해서 새로 한번 손질 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유효했던...

 

수상을 해서 상금과 트로피를 받은 것 같은데... 지금 원고는 남아 있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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