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수림 그후

생게사부르 2018. 7. 22. 10:04

조수림


그후


남자가 길어졌다 뒤늦게 눈치 챈 장례지도사가 남자의 무릎을 꺾어 목관 안에 몸을 우겨 넣
었다 무릎이 솟아 올라 관 뚜겅이 덮이지 않았다 뚜껑에 대못을 치려는지 무릎을 부수려는지
망치를 집어 든 순간 서슬 퍼런 큰아들이 멱살을 움켜잡았다 새파랗게 수염을 민 둘째가
튀어 올라 옆구리에 일격을 가했다 넘어지려는 순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막내가 예의 바르
게 쌍욕을 한 방 날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죽어서 자라는 몸 죽음 이후 거인이 되는 자가 있다 한평생 별 볼 일 없던 자들이 그랬다
응축된 분노가 사후경직 과정에서 일으킨 빅뱅 뼈를 자라게 했다 거인을 본 것은 혼자만이
아니다 모두들 죽은 남자의 모습에 압도되어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난생처럼 아버지가 위대
해 보였다고 큰아들이 울먹이며 말했다 관을 작게 준비해온 장례지도사의 터무니 없는 실수
도 어쨌거나 내일이면 모든 게 한줌의 재로 사그라질 것이니 모두가 참아 주기로 했다


--- 시인 수첩, 2015.

 

 

 

*       *        *

 

 

 

사후 거인이 되는 자가 있고

살아 생전의 권력과 명예가 무상한 죽음들도 있다

 

한 삶이 ' 잘 살았다 혹은 잘못 살았다' 는 죽고나서 알게 될 일

 

하긴 그런 평가가 죽은 당사자에게는 무슨 소용이 있으며 사실 별 의미도 없지만 말이다

' 의미' 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찾는 것

 

하긴 그네 멍박이 순시리 기춘이 같은 사람들은 죽기 전 인생 말미 삶에서 이미 판가름 난 거지만

 

그들?

' 잘 살았지' 아니 ' 잘 못 살았지'... 둘 다에 해당 된다는 거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는 평가하는 사람의 관점에 달렸겠지요.

 

하루를 살아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니도 그런 여건과 상황이면 그렇게 선택하지 않았겠느냐는 사람들도 많을테고....

아무리 권력이 좋고 삶은 ' 잘 먹고 잘 사는' 현실에 밀착되지만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아래 사진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 난 이후

' 마리 앙트와넷' 측근이었던 여성의 죽음을 그림으로 표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