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이원

생게사부르 2018. 7. 11. 00:13

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이원



우리는 없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없는 의자와 같이 마주 앉아 있다
의자는 없고
서로 의자가 되었으므로
당신과 나 사이에는 테이블이 놓여야 하지요
테이블 아래로 밤이 자꾸 와서
당신과 나 사이가 깊어지지요
글썽이는 것들은 모두 그 곳에 묻히지요
모서리가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
일곱개로 늘어나지요
어긋나는 중이어서 반짝 거려요
당신의 어깨에서 단풍잎
당신의 오른팔에서 불가사리가 떠올라
테이블이 자꾸 출렁거려요
당신의 가슴 한 복판에서 솟아오르는 새
뚫린 당신의 가슴과 등 사이에서
의자가 사라지고
살은 짓무르고
오도독거리는 것들을 지나
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그 순간 당신과 나는

무릎뼈와 조약돌은 같은 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모든 방향이 사라지고 그러나 바람은

방향이 사라지는 곳에서 불어온다면

울면서 지워지면서

우리는 우리가 먼 미래에서

이제 막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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