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신미나 연애

생게사부르 2018. 7. 9. 22:48

연애/ 신미나


 

비가 올 거라고 했고
우산을 가지고 나오겠다고 했다

당신은 우산을 척척 접은 뒤
사거리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를 건널 것이다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은
어쩐지 희미해

눈을 감으면
4층에서 1층까지
차례로 전등에 불이 들어온다

티스푼으로 뜬 것 처럼
빗물이 파낸
작은 홈들이 길게 이어진다

반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약지에
흰 띠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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