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임재정 스패너와의 저녁 식사

생게사부르 2018. 5. 31. 15:17

임재정


스패너와의 저녁 식사



모차르트와 칸트는 잘 몰라요 마구 대하면 물고 열 받
은 만큼 체온이 변할뿐이죠 스패너 말이에요 내 손 바닥엔
그와 함께 한 숱한 언덕과 골짜기로 가득해요 지친 날엔 함
께 사촌이 사는 스페인에 갈 수도, 집시로 가벼워 질수도,
공통적으로 우린 공장 얼룩 비좁은 통풍구 따위에 예민합
니다.

초대합니다 나의 반려물들과 친해져보아요 틱 증세가
있는 사출기는 덩치가 커다랗지만 사춘기고요 스패너는
날렵한 몸매에 입과 항문을 구분하지 않아요 악수할까
요? 융기와 침하를 거듭하는 진화론을 두 손 가득 담아드
리죠

아홉시 뉴스를 쓸어 담은 찌개가 끓어요 (패륜이란 내
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세제
로 지문에 퇴적된 기름때를 문지릅니다 무지개를 문 거품
을 분명한 목소리로 무지개라 부릅니다

함께 늦은 저녁을, 숟가락에서 마른 모래가 흘러내려요
건기인가 봐요 우리를 맺어준 물결은 어제처럼 흔적 뿐
몇개의 공장 지나 강을 따라 우린 바다에 닿을까요 출
항을 꿈꾸는 침대가 삐걱댑니다 마침내 스패너는 분무하
는 고래가 되고 나는 검푸른 등을 타고 남태평양을 항해하
는 꿈, 당겨 덮습니다

 

 

 

*        *        *

 

 

쉬운 시도 있고 어려운 시도 있지만 어쟀든 시도 사람이 쓴다는 것

자신의 체험과 사유가 녹아 든 시를 쓸 수 밖에...

임재정 시인은 수리공으로서의 일상을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자신이 늘 만지는 혹은 접하는 기계... 내연기관들,로켓,포크레인

노동하는 존재들의 일탈을 다양한 관점으로 탐구합니다

 

 

' 그에게 패륜이란 그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그를 분해 할 경우이다

이 구절은 자신이 스패너와 분리 될수 없음을 일러 줌과 동시에 사물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스패너가 주체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꿈꾸는 주체가 자아를 가진 ' 나' 들에게서 사물들로 옮겨가는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물들의 의인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유한한 생의 비극을 껴입는다

 

수리공이 된 시인, 혹은 시인이 된 수리공의 노동 일지자, 패륜을 저지른 공구들이 꿈꾸는  꿈의 풍경

나는 다시 나와 나로 무한 증식한다'

 

 

- 문예중앙 출판사 리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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