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이영광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
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
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 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
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리가 없다 껴안는다
는 것은 또 이런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
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
따구리와 저녁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子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
골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다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 * *
연록이 서서히 짙게 변해가는 이즈음의 숲
껴안는다는 것은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것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어루만져 정신없이 다 잊어버린다는 뜻
전부를 다 통과 시켜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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