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 송수권
밝은 햇빛 속에
또록 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아이들 두셋이 짚오리에
타래 타래 감꽃을 엮어 목걸이를 꿰면서
돌중 흉내를 내고 있다.
감꽃 속에 까치발 뒤꿈치도 묻히는 게 보이면서
또랑 또랑한 목소리도
크림색 밝은 향기에 실리면서
오월의 햇빛 속에
또록 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감꽃 줍는 애들 곁에서
하나 둘 나도 감꽃을 주우면서
금목걸이를 목에 두를까
금팔지를 두를까
능구렁이 같은 나의 어두운 노래 끝도
실리면서
밝은 햇빛 속에
* * *
이런 정서에 공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차츰 줄어들고 있을테지요.
어느 세대까지 기억 가능할까?
50년대? 60년대도 일부?
시골서 살았던 사람?
다행인지 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시골에 살아서 위 시가 실감나게 와 닿습니다.
감꽃을 주워 꿰서 목걸이 팔찌 만들던 일
간식이 흔하지 않던 시대 떨어진 땡감을 소금물 담근 독에 넣어 간식처럼 꺼내 먹던 기억
이제 시인도 돌아가시고...위 시에 공감 할 독자도 줄고...그렇게 역사의 한 장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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