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특별한 일

생게사부르 2018. 4. 28. 22:53

이규리


특별한 일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이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      *     *

 

 

작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도마뱀 흔하게 만났습니다.

위 사진은 깐꾼 하야트 호텔 숙소에서 만난 애네요.

일광욕을 즐기는지, 얘 말고도 한마리 더 같이 있었는데...

뚤룸이라는 유적지에서는 아예 도마뱀들이 주인이더군요.

외려 자기들이 관광객들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더라구요.

 

'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어째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듭니다.(사회적 피해의식)

부정이나 비리청탁을 저지른 공무원들이 사회문제화 되면 결정권을 가진 윗선 책임자는

쏙 빠져나가고 실무 담당자 책임지워 꼬리 자르고 넘어가는 일 같은 거 ...

 

 

' 외롭다는 말 아무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

.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

 

 

'이규리' 시인의 조곤조곤한 시들...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제 취향이에요.

당장 화려하게 눈길 끌지 않지만 ... 곱 씹을수록 제 맛이 우러나오는 진국인 시들

 

요 앞주에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 이규리'' 이규리 교수'가 실검에 올랐기에 얼핏 보니... ' 태극기 집회 참석 동영상에 인터뷰까지...'

다른 일 한다고 제대로 못 읽고 넘어가려니...아무래도 이상한 겁니다.

이런 시를 쓰시는 분이... 그럴리가 없다 

 

보니 동명이인이었어요. 김천대 물리치료학과, 의료계통 전공이더군요.

그 사람도 경북지역이고 교수인지' 이규리 교수' 이러니 더 헷갈릴 수 밖에요.

 

확인하고 나니 ...' 그럼 그렇지 ' 하는 안도감...

그나저나 이규리 시인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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