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정
이은주*
나를 볼까 눈을 찔렀다는 너에게
손목을 잘라 보냈다
잡을까 두려웠다고 단면에 썼다
붉은 소포가 검게 얼룩져 있었다
뉘신지, 저는 눈 찌른뒤 그 밖의 것들이
열려, 온데가 꽃 필것 같습니다만
밤 하늘엔 온통 검은 속 흰자위 하나
발바닥에 든 초승달 품다
떨리는 꼬리를 얻고 나머진
다 잃었던가요
반목하는, 눈 찌른 밤을 손목 자른
밤에 잇느라
뜬 눈으로 가로 지르던
새 한마리
* 마침내 꽃이 된 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
임재정: 충남 연기
2009. 진주 가을 문예
* * *
시 제목이 ' 이은주'네요
마침내 꽃이 된 이를 이르는 보통명사라...
나와 만났던 ' 은주' 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몇 몇 떠 오릅니다
누구나 '은주'라는 사람 한 두명은 알고 있을듯 싶고요
이전에 '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가 한참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던 생각도 납니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제목을 접하고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이십대 중반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여배우 ' 이은주'입니다
한창 나이에 배우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해 나가던 시기 스스로 삶을 던져버린 동백꽃 같은 여자,
숱한 남자팬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을테지요.
내가 그녀를 화면에서 처음 본 건 ' 오 수정' 이었고 생을 스스로 마감하기 전에 본 영화는
한석규씨와 찍은 영화' 주홍글씨'였습니다.
사랑이든 치정이든 그런 류의 영화는 사랑의 애절함 보다는 영화를 본 뒤끝이 찜찜해서 썩 내키지 않아하는 영화인데
' 쉬리'이후 한석규씨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빠져서 호감을 가진터라 봤는데 다른 내용은 생각
안 나고(불륜 멜로물의 특징일까요?) 차 트렁크가 강하게 어필...
사람마다 삶의 총 에너지가 있다지만 ' 불꽃처럼 살다 간'이라는 수식어처럼 청소년기 끝날 때쯤 데뷔해서
활동하는 7년 정도 연기에 온 에너지를 몰입한 모양입니다.
결과론적이지만 많은 팬들은 아쉬워 하는 부분
' 오 수정'이든 ' 주홍글씨' 든 둘다 청소년 관람불가일텐데 한창 예쁜 사랑을 시작할 나이에
칙칙하고 어두운 사랑의 여주인공 역할이 ' 역할' 로 분리되지 못하고 현실의 비극이 되어 버렸다고...
시인이 이 시에서 배우 ' 이은주' 를 얼만큼 염두에 두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배우 이은주씨를 의식 했더라도 시는 한사람에게 특정되기 보다 다수 독자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기에 '이은주' 는 보통명사로 모든 여성을 지칭할 수 있겠네요
어떤 여성이든 ' 사랑' 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꽃이될 수 있을테지요.
가슴과 배와 허리를 구분할 수 없는 펑퍼짐한 중년의 아내나 엄마들도 한 때는 가느린 '처녀' 였다는 사실
대상이 이성이든 일이든 불꽃 같은 사랑을 지닌 채 젊은 한 때로 삶을 마감했느냐
그 사랑을 지나 사랑이, 삶이 너덜해지도록 살아가느냐의 차이랄까요
대다수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같은 사람들, 최선이든 차선이든 삶의 끝까지 완주할 것이기에
그만큼 요절한 천재들이 주는 아쉬움은 크겠지요. 자살이든 병사든 아니면 사고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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