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임재정 나비

생게사부르 2018. 4. 25. 07:35

임재정


나비


1

움켰던 주먹을 펴 봄이 온다면, 낮잠에 든 장자가 나비
날개를 얻었다면, 그것은 울 안 복숭아나무에 앉았던 분홍

2

나비 겹눈으로 여미던 삼천조각의 나를 당신이 외면한다

오늘 당신은 달아나는 중이므로
내 질문은 대상을 잃는다
이후 당신은 밀물과 썰물로 되풀이되는 현상
밀물 든 악몽에 발이 끼었는데 빠지지 않는다

 

밀물을 견디다; 달이 지구로부터 돌아 앉듯 나를 피해

당신이 숨는다; 웅크린 자세로 짓는 그믐이라는 당신의

표정;당신이 들여다 본 나는 낭떠러지일수도 있다는 생

각; 나의 어제에 볼모 잡힌 당신은 이제 어떤 날개를 얻어

불치인 꿈에서 벗어나시려는지

 

3

 

다시 올 것처럼 날아 오른 당신은 이제 나를 모른다 한

다 끄덕이는 순간 봄날이, 사소한 이유로 꽃들이 진다

 

4

 

우편함에 날아 든 나비를 보았다 내가 지구에서 만난 가

장 눈부신 혼인색, 봄꿈이라는 당신

나비 겹눈 속 밀물이다, 붉은 폭설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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