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경후 속수무책

생게사부르 2018. 3. 2. 15:51

김경후


속수무책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나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       *        *       *

 

 

3월이고 오늘 개학이네요.

학교에 나가지 않으니 무감각한데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졸업식 개학식 시기를 알게 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처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라도 드문데요

기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시험 치르고 나면 머리에서 사라져 버리는 공부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 내 인생에서 단 한가지 신념이라도 건져보는 한 해 되길 바라기도 하고요.

 

 

자연사 한 주검말고 잔인한 죽음들을 책으로, 사진으로 간접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서양사 전공 교수님 연구실에서 조교 아닌 보조를 하면서 전공 관련 책을 볼 기회가 많이 있었거든요.

 

먹는 양이 많지 않기에 왠만해서 밥 굶지 않고 조금이라도 먹고 밥맛이 없으면 입맛으로라도 먹는편인데...

정말 밥 맛이 뚝 떨어질 정도로 눈에 아른거리는 사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2차세계대전의 종전을 가져 왔던 원폭 투하 사진

반경 2 Km 이내 건물들이 전부 다 사라지고 시신인지 나무토막인지 쇳덩어린지 불에 탄 듯 숯이 되어 있던 사진들

아예 흔적도 없이 먼지로 화해 사라져 버린 사람들은 차라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위 시에서처럼 참호 안에 앉아서 죽었는데 시간이 흘러 경직되면서 시신이 펴지지 않은 채였던 주검들

모를 쓴 채 총을 앞으로 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일본군들이 조선인 살해한 사진 중에도 잔인한 게 많은데 독립군 목을 베서 철조망 위에 걸어 놓고

휴식하며 웃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그 중 누군가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입에 물려 놓았더군요.

 

동학농민 전쟁때 토벌 당한 항일의병들이 산에서 급하게 주먹밥을 먹다가 변을 당하기도 하고 소변보다가

총에 맞아 죽기도하고

 

'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바다 절벽으로 가서 선 우리네 삶. '

 

그럼에도 속수무책, 꽃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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