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수호 바람의 뼈

생게사부르 2018. 2. 25. 10:21

천수호


바람의 뼈


시속 백 킬로미터의 자동차
창 밖으로 손 내밀면
병아리 한 마리를 물커덩 움켜쥐었을 때의 그 느낌
바람의 살점이 오동통 손바닥 안에서 만져진다
오물락 조물락 만지작거리면
바람의 뼈가 오드득 빠드득
흰 눈 뭉치는 소리를 낸다
저렇듯 살을 붙여가며
풀이며 꽃이며 나무를 만들어갈 때
아득바득 눈 뭉치는 소리가 사방천지 숲을 이룬다
바람의 뼈가 걸어나간
나뭇가지 위에
얼키설키 지은 까치집 하나
뼛속에 살을 키우는 저 집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눈 보다 더 단단히 뭉쳐지는 그 무엇의 소리



' 우울은 허밍' 문학동네. 2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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