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겹동백

생게사부르 2018. 2. 18. 13:05

이규리


동백


 

한 나무에서 가지와 또다른 가지가 불화에 시달렸으나
내게 있어서 꽃이란 참았다 터트리는 기침 닽은 것.
돌아앉아 우는 울음 같은 것. 사고 싸 놓았던 내 몸이
게 우는 울음 아버지 모문턱으로 단단한 음성이
드나들었다 아직도 핏줄 속을 도는 아버지의 지시사
토해 내는 날, 내 꽃송이 채 툭 떨어질까 절정에서 멎는

한 생애처럼

겹동백 보면 아버지 생각난다 164센티미터 내 키만큼
키운 동백나무 두 그루., 그 나무의 나와 같이 자라며 피끓는
시간 나누었지만 꽃송이처럼 내 몸에 박혀 있던 붉은

반점들, 겹으로 두른 몸의 조임들, 어떤 정열은 그늘이

되었다 아버지 가시고 몸 속에 자람 겹동백 뽑아보니 흙

묻은 꿈 버석거리며 입속을 맴돈다 내 사는 동안 끝없이
헹구어야 할 저문 아버지 동네의 그늘. 한사코 붉어지는

고집처럼 내 울음의 빛깔은 겹꽃잎 사이에 있다



' 앤디 워홀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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