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배용제 그녀의 깊은 속

생게사부르 2018. 2. 23. 01:10

배용제


그녀의 깊은 속


들여다본다, 깊은 그녀의 속
그곳은 이미 입구부터 어두웠고
내 눈의 검은 창엔 검은 빛으로 가득해진다
검은 문고리를 더듬더듬 만지며 핥으며
그녀 속으로 들어간다

검은 담이 있고 창이 있고 식탁이 있고 텃밭이 있고
언덕이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고,
온통 검은 것들이어서 처음엔
여기가 우주라는 걸 영 몰랐다
핥고 부벼대면서 그 익숙한 맛과 향기에 나는
한 생애를 기억해낸다

더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한때
그때, 검은 세계는 검은 것이 아니었다
바다가 요람이었고 늪이 놀이터였고
함께 숨 쉬던 내 일부였다
온갖 비밀이 내 것이었던 생애,

검고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생성의 비밀들
이제 검은 것을 보지 못한다
빛을 관찰할 능력 외 대부분의 시력을 잃었다
이후의 생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전혀 안 보이는,
내 존재의 생성이 끝나버린 세계에서
우두커니,

컴컴한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녀의 깊은 속.

 

 

 

 

*       *        *

 

 

대한민국 문화예술, 특히 연극계의 '성추행, 성폭행 '이 일파만파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두번의 실수가 아니라 ' 잘 못인지도 모르고'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대한민국 연극계 민낯이네요.

뭐 연극계만이겠습니까?

 

정치, 재벌, 언론사 등등 집단마다 '힘 좀 있는 수컷(?) 들'이 왕조시대 수청들이듯 했으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라 외국 나가서 그런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냈던 '윤창중'도 기억나고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 국회의장까지 지낸 박희태 캐디 성추행도 생각나고

꽃다운 나이의 장자연은 죽었으나 제대로 진실이 밝혀진 것도 없고 책임지거나 처벌 받은 사람도 별 없고...

그런 걸 바로 잡아야 할 검찰에서도 그런 일은 횡행하고...가히 대한민국 수준하고는 참...

 

개인의 일탈이기도 하지만 사회 구조적인 병리인 것이지요.

분야마다 끼리끼리 패거리를 짓고, 거기 한번 몸 담아 보려면 아부나 아첨, 뇌물쓰기 미인(남)계 등등

이 번일로 연극계는 그 부분만큼은 다소 정화가 되겠지만 ... 사실 " Me Too " 운동이 미국 그래미 수상식에서

시작 되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영화나 방송출연을 둘러 싼 배우, 탈렌트, 가수, 심지어 아나운서 등등

영역도 만만찮을 텐데...아직 전체적인 분위기로 확산되지는 않네요.

 

일반적으로 성희롱이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性的)인 말이나 행동을 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성폭력의 하나인 성추행은 강제추행을 뜻하며 강제추행이 성희롱과 다른 것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하는 것이며 대부분 권력을 갖고 있는 남(여)성이 자행하며 직위 직책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어떤 행동이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가 하는 정도가 다르긴 하고

' 기분이 나빴다' 는 부분이 다소 주관적이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사람이 ' 느끼는 기준을 잣대로 합니다.

 

대학원 세미나서 한 여성이 이 주제로 발표를 했을 때, 한 남자분이 '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 성추행 아니네요'

해서 사람들이 일시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좀 애매하지만 성희롱이나 성적 접촉에 ' 기분이 나쁘지 않다' 라는 의미에 들어 있는 그런 이유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비율이 높은 것이지요.

 

물론 요즘은 여성의 사회활동이나 사회적 승진이 활발해서 여성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여성비율에 비해 승진은 여전히 남성들 위주기에 흔한 일은 아닐테지요. 

 

' 종기가 오래 곪으면 터져 나오기 마련' 이듯 문단내 성추행은 ' 고은' 이전에 먼저 배용제 시인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실형을 받았고, 박진성 시인은 나중에' 무혐의'로 판결 났음에도 이미 명예 실추와 책 출판도 다 취소 돼서 본인으로서는

억울하다고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2016년 얘기입니다만 한 가지 사례를 보면 다 비슷한 맥락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기사나 인터뷰를 가져 와 봅니다.

 

 

< 배용제 시인이 1심에서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는 12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용제 시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배용제 시인은 지난 2012∼2014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하던 한 고교 문예창작과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상대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로 기소 되었다.

 

배시인은 2013년 3월 창작실 안 서재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A양에게 "나는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라며

입을 맞추고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달 지방에서 백일장 대회가 열리자 "늦게 끝나니까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말해라"고 시킨 후

창작실로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배시인은 같은 해 9월 B양에게 "너는 내가 과외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과외 해주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에게는 "선생님이랑 사귈래? 시 세계를 넓히려면 성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라며 추행했다.

 

배시인의 행각은 지난해 10월 SNS를 통한 문단 내 성추문 폭로로 인해 드러났다.

 

배시인에게 문학 강습을 받았다는 학생 6명은 트위터에 "배용제 시인이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불러

성관계를 제의하고 `내가 네 첫 남자가 돼 주겠다`, `너랑도 자보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배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SNS 상에 피해자들에 의해 제가 저지른 폭력들이 드러난 일련의

사태의 장본인"이라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고 고백,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을 모두 인정했다. >

 

이미 사회에서 드러난 숱한 추악한 현상, 근본적으로는 지위를 이용하여 그런행위를 해 온 개인은 본인의 행동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난이나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그런 토대가 된 사회적 풍토, 암묵적 동조자나

협력자 역시 제대로 지적해서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할 시기라 생각됩니다.

 

배시인은 특히 미성년 대상이라 징역 8년을 받았습니다. '실기교사'라 전공이 어떻게 되나 싶어 찾아 봤더니

신학대학 출신이던데 목사가 됐어도 큰일 낼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사후 기사를 통해 그 바람직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짚어 봅니다.

 

 

< 배용제 시인의 성추행, 성폭행을 처음 고발한 트위터 계정 ‘고발자5’를 지지하기 위해 2016년 11월11일

경기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들이 ‘탈선’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107명이 탈선의 지지자로 참여했다. 오프라인에서 ‘고발자5’를 위한 연대의 장을 연 것이다.

 

“ B시인은 문학적 성취를 위해 ‘탈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성착취를 합리화하기 위해 쓰인

언어가 되어 버렸네요. 하지만 이제 ‘탈선’은 우리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연대해 나아가자는 의지와 약속입니다.”

  

 2017년 12월22일에 만난 탈선의 운영진 오(26)씨는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그 뒤의 구조를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씨가 지난 1년간 여러 공론장에서 위계질서에 의한 성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단 권력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성 문인이자 스승이라는 위계 권력과 ‘문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저지른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민6)씨도 “가해자 한 사람을 징벌함으로써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성착취가 거듭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단에서 이뤄지는 개별적인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것을 넘어 ‘구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문학계 내부에서도 남성중심적인 문단 문화와 성별적 위계를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똑 부러진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고발자5’를 지지하고 이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과정에서 ‘연대자’로 성장했다. 오씨는 “문학한다는 건 아주

사적인 작업이라고 배웠어요. 세상사를 멀리 두고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글을 쓰는 게 멋진 일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면 사회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를 위해 ‘내가 내 방에서 나올 필요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박지원(26)씨도 “남들은 ‘너네 몇 명이 목소리를 낸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아’라고 말해요.

그것에 반기를 들고 ‘우리는 함께’라는 것을 보여줬죠. 그 과정에서 ‘난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감을 느꼈어요”라고 한다.

 

더불어 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생겼다. 정민재씨는 “그동안 백일장에서 상을 타기 위해, 입시를 위해 기성문학을

따라 하는 글을 써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내 언어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을 쓰지 못한 거죠.

이제야 내 언어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연대의 보폭’을 넓히려 한다.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의 모임이라는 울타리를 넘기 위해 ‘우롱센텐스’라는

새 이름을 단다.

전국 문창과 학생들 메일 주소록 만들기, 독립 문예지·웹진 발간, 유튜브 채널·팟캐스트 등 여러 소통 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1월12일에는 문창과 대학생들, 독립문예지 팀 등과 함께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후 1년, 당신의 문법은 어디에

근거합니까?’라는 주제의 좌담회도 연다. >

 

허윤희 기자

 

 

 

 

 

 

 사진 속 인물은 위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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