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던졌던 순간
화가 나서 베란다의 화분을 던졌다
식탁위의 꽃병을 던졌다
화가 난 순간이 아니라
깨지기 쉬운 무언가를 던졌던 바로 그 순간이
내게도 있다
식탁위에서 두개의 꽃병이 서로의
목을 움켜쥔다
식탁위에서 두개의 꽃병이 서로에게
달려들어 깨져버린다
내 몸의 일부는 깨진 파편 속에 꽂혀
있다
어딘가에 버려진 애착 같은 것
오늘 가만한 몸을 들여다보니
그때의 파편들이 돌아와 체온을 높이고 있다
* * *
화가 난 순간이 아니라
깨지기 쉬운 무언가를 던졌던 그 순간
두개의 꽃병이 서로의 목을 움켜쥐고
두개의 꽃병이 서로에게 달려들어 깨져 버리고
사람의 마음처럼 깨지고 상처받기 쉬운게 또 있을까요?
어쩌다 한번 쯤 보는 사람들과는 그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잘 없지요.
기실 한 집에서 한 솥밥을 먹는 가족들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그러고 있으니...
그러나 깨졌던 그 때의 파편들, 버려진 애착이 돌아와 내 체온을 덥히고 있으니
가족이란...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을 다시는 볼 수 없네요.
그녀의 시로나마 대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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