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서
거울 연못
소꿉시절 잃어버린 손거울을 꿈에서 찾았다
내 손바닥 안의 작은 연못
빛의 방죽길
못물 가라 앉아
거울은 이제 항아리에 숨겨둔 하늘처럼 깊고 고요하리라
두근두근 나를 담아주기도 하리라, 다시 찾은
거울의 못둑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비춰보는 한순간
흙비, 유년의 꽃밭을 무섭게 매질하는 흙비
마당엔
나무들이 쏟아낸 푸른 피만 낭자하다
얼굴을 잃어버린 당신이
흐린 내 잠거울로 걸어 들어와
스삭스삭 칼가는 소리로 폐허의 꽃바닥을 쓸고 있다
그림: 레메디오스 바로 ' 환생'
내 안의 달빛 발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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