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하린 투명

생게사부르 2018. 2. 12. 21:24

하린


투명


인공눈물을 화분 속에 떨어뜨리고
싹트길 기다려 볼까요
개밥바라기별을 처음 사랑한 사람이 나였으면 하고
서쪽 하늘이 무표정을 버릴 때까지 우는 시늉을

해볼까요

혼자 밥을 먹는데 익숙해지는 허무를 위해

D-day를 표시하며 하루에 세 번 웃어볼까요

바짝 마른 그리움을 풀어 국을 끓이고

숨이 적당히 죽은 외로움을 나물로 무쳐내고

꼬들꼬들한 고독을 적당히 볶아 식탁을 구성해 볼까요

빈 의자와 겸상해 볼까요

자, 이제 주말 연속극이 시작됩니다

고지식한 시어머니나 파렴치한 악처를 옹호해볼까요

입맛을 다시거나 잃어 갈 필요가 없습니다

독백을 방백처럼 늘어 놓으며

접시를 지속적으로 더렵혀볼까요

다리를 떨면서 신문을 봐도

먹기를 멈춘 채 눈물을 흘려도

잔소리 할 사람 없습니다

시계를 보며 과장되게 늦은 척을 해 볼까요

예감이나 확신을 믿지 않게 해 준 당신

공백은 있어도 여백을 찾을 수 없게 만든 당신

오늘 차려 놓은 투명한 기척, 눈물 나게 웃으며

먹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