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종이 소
어머니하구 늦은 저녁을 먹었다
무짱아찌와
멸치 우려내어
언제 갈거니? 건져낸 국수가 다왔다
"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마라
살아 있는 것들을 괴롭히지 마라....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외로이 가라"*
나는 소 한마리만을 남겨놓은 채
밤을 타고 떠나왔다
잠든 듯 움직임이 없는 쇠진한 들판 앞에서
* 숫타니파타 35절 부분
한겻을 건달처럼 노닐다가
손님이 오셨다
월정사 들리는 외박골 토종닭집
탐스럽게 수국 핀 뒤꼍이라 요두전목
까불까불 눈 굴리고 벼슬 흔들어
에이고! 깃은 날리고
하루 건너 이벼슬 저 벼슬
오만가지 꽃잎 다 진다는 소리.
1956. 충북 옥천
1992. 자유문학에 ' 소의 눈' 등단
시집: 아흐레 민박집. 1999.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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