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흥식 종이 소

생게사부르 2017. 11. 25. 01:33

박흥식



종이 소


어머니하구 늦은 저녁을 먹었다
무짱아찌와
멸치 우려내어
언제 갈거니? 건져낸 국수가 다왔다

"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마라
살아 있는 것들을 괴롭히지 마라....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외로이 가라"*

나는 소 한마리만을 남겨놓은 채
밤을 타고 떠나왔다
잠든 듯 움직임이 없는 쇠진한 들판 앞에서

 

 

 

* 숫타니파타 35절 부분

 

 

닭벼슬

 

 

한겻을 건달처럼 노닐다가

 

손님이 오셨다

 

월정사 들리는 외박골 토종닭집

 

탐스럽게 수국 핀 뒤꼍이라 요두전목

 

까불까불 눈 굴리고 벼슬 흔들어

 

에이고! 깃은 날리고

 

하루 건너 이벼슬 저 벼슬

 

오만가지 꽃잎 다 진다는 소리.




1956. 충북 옥천

1992. 자유문학에 ' 소의 눈' 등단
시집: 아흐레 민박집. 1999.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