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나희덕 11월

생게사부르 2017. 11. 23. 14:38

나희덕

 


 

11월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 시집『뿌리에게』(창비,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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