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국
나는 저 눈꽃들에게
- 내설악 일기 9
배꼽티를 입고 서서, 저토록 영롱한 귀고리와
목걸이를 찰랑거리다니! 눈발 그친 아침의
눈꽃나무들, 첫 영성체 받는 날의
미사포 행렬 같구나
말 대가리처럼 생긴 나무에게도
주먹 고기마냥 뭉쳐진 덤불 위에도
눈꽃이 피었다 저 한 컷 한 컷의
영롱한 햇빛들, 나는 저 눈꽃들에게
뭘 하나 제대로 건네줄 게 없으니,
이런 날의 내 발길은 어쩔 줄을 모르고
혼(魂) 빠져서 혼 없는 시인이 되어
햇빛 만세, 만세를 외칠 수 밖에
속초 바닷가로 가서 줄을 잇는 여행객들
고래 뱃속 같은 미시령 터널로 빨려 들기 전
서 둘러 몇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간다
한 컷 한 컷 잘려 나가는
찰나의 눈꽃 송이들
* * *
이 남 쪽 지방에 눈이 내리는 일은 극히 드물고
혹 내리더라도 중간에 비로 변하기 일쑤여서 땅에 쌓일 일은 또 극히 드문데
지구 환경이 끝없이 변하고 이상기온이 지역마다 난 분분하니
우리늬 첫 눈은 언제 일지...
11월은 ' 가을도 겨울도 아닌 끼인 달' 이라더니
윗 지방에 눈이 왔다니...겨울로 드네요.
수능도 밀려 있고, 지진 난 곳 이재민들은 겨울나기가 힘들겠습니다.
그래도' 첫 영성체 면사포 행렬' 같은 축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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