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순원 바람의 검심

생게사부르 2017. 11. 19. 01:05

박순원



바람의 검심



술을 먹고 말을 타고 꾸벅꾸벅
졸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말이 옛 애인의 집에 다다랐다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으나
꾹 참고 지체없이 칼을 뽑아
말의 목을 내리쳤다
나는 말이 한 마리밖에
없었으므로 칼등으로 내리쳤다
나는 생명을 사랑했으므로
옛 애인은 반갑게 뛰어 나왔다가
소리 없이 울기만 했다
나는 생명을 사랑했으므로

말이 한 마리 밖에 없었으므로
너무 많이 취했으므로
가슴이 아파서 제대로 몸을
가눌수 없었으므로
옛 애인은 이사를 했고
전화번호도 바꾸었다 그때
내가 칼날로 말의 목을 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 전에 술을 마시고 크게
취한 것도 정말 잘한 일이다


* * *


말로는 취했다고 하는데 정신이 말짱하네요.
술이 취하면 몸이 말을 안 들을 뿐, 이렇게 사리 분별이 분명한지
....글쎄요. 잘 모르겠...

 

 

달력 마지막 장 남겨 놓고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듭니다. 주 문화가 많이 바뀌기는 했던데...

올해도 여전히 잊어 버려야 할 것이 많은 망년회를 많이 가져야 할 사람들은 컨디션 관리를 잘 하셔야

할 듯요.

 

저는 원래 술을 못 하는데다 이제 직장인도 아니고, 젊어서도 못한 술을 나이들어 할리도 없고

혹 그런 자리가 있다해도 여전히 술은 안 먹을테고...맹숭맹숭한 연말이 기다립니다. 

 

이즈음의 애마는 칼로 내리 칠수 있는 게 아니고...음주운전도 할수 있는게 아니네요.